과학 ‘팍’ 도사 - H양 입 냄새 고민상담 [제 720 호/2008-02-15]

Q. 전 고민이 있어요.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데 저와 대화를 할 때마다 자꾸 고개를 옆으로 돌려요. 그 친구도 제게 호감이 있는 것 같은데 제 말에 집중을 하지 않는 것 같아 속이 상해요. 저를 무시하는 이 친구를 어쩌면 좋죠? (서울 용산에서 H양)

A. 구취제거제를 사용하거나 자주 이와 혀를 닦으세요. 그렇지 않으면 있던 호감도 떨어질 수 있습니다.

입 냄새는 삐져나온 코털과 비슷해요. 자신은 잘 모르지만 대화를 나누는 상대방은 쉽게 알아채죠. ‘비호감’의 단계를 넘어 혐오감을 줄 수도 있어요. 가장 큰 문제는 이를 알아차리더라도 그 자리에서 쉽게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죠. 그래서 미리 예방하는 방법을 추천해드리고 싶군요.

먼저 데이트는 오후가 좋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입 안이 말라있는 경우가 많아요. 침은 입 속 세균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데 입이 말라 있으면 세균 활동이 왕성해지죠. 침은 세균을 씻어내고, 리소자임이나 락토페린 같은 성분이 들어있어 세균을 없애주기도 합니다. 입 속 세균 중 혐기성 세균은 단백질을 분해해 입 냄새의 원인이 되는 황화수소(H2S) 가스를 만드는 주범이죠.

전날 밤 양치질을 하지 않고 잠자리에 들었다면 입 냄새는 정말 최악일 것입니다. 정 믿지 못하시겠다면 손등에 침을 바른 뒤 냄새를 맡아보세요. 입 냄새가 심하면 침에서도 고약한 냄새가 납니다. 자신도 모르게 냄새를 맡고 고개를 돌려버렸다면 일단 물부터 한잔 드세요. 입안이 어느 정도 촉촉해지며 침 분비가 왕성해집니다. 그 뒤 양치질을 하면 입 냄새가 대부분 사라집니다. 이때 혀까지 깨끗하게 닦으세요.

입 냄새를 없애겠다고 입으로 숨을 쉬는 경우도 있는데 황화수소 가스가 빠져나가 잠깐은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입 안이 마르기 때문에 입 냄새는 더욱 심해집니다. 특히 겨울에는 공기가 건조해 입 냄새가 더 심해질 수도 있어요.

데이트를 할 때 입 냄새가 걱정된다면 커피는 멀리하는 편이 좋아요. 꼭 드셔야겠다면 크림이나 우유를 넣지 않은 블랙커피나 아메리카노를 추천합니다. 커피는 약한 산성을 띄고 있습니다. 커피 특유의 시큼한 맛은 여기에서 비롯되죠. 그런데 입 속 세균은 약한 산성에서 활발해집니다. 만약 크림이나 우유를 섞은 커피를 마시면 활발해진 세균에 단백질이란 먹이 덩어리를 공급해주는 셈입니다.

간혹 아침에 나는 입 냄새를 없애기 위해 모닝커피를 드시는 분이 있는데 사실 별 효력이 없습니다. 오히려 역효과가 나죠. 밤새 입 안이 말라 세균이 많은 상태에서 영양분을 공급해준다면 입 속은 순식간에 황화수소 가스로 가득 차겠죠. 차라리 커피보다 물을 마시는 것이 입 냄새 제거에 효과가 있답니다. ‘모닝녹차’나 ‘모닝야채’도 좋아요. 녹차의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입 냄새를 제거하고, 야채를 먹어도 입 냄새가 없어진답니다.

데이트를 할 때는 구강청정제도 가져가세요. 구강청정제에 있는 멘톨이나 페퍼민트 같은 향료 성분이 입 냄새를 가려줍니다. 또 일부 구강청정제에 섞인 알코올은 세균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죠. 하지만 입 냄새를 없애겠다고 오랜 기간 구강청정제를 사용하면 위험해요. 입 속에는 입 냄새를 만드는 세균 외에도 구강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세균이 있는데, 이 세균들이 사라지면 입안이 헐고 피가 나는 ‘진균증’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도 입 냄새가 사라지지 않으면 병원에 가보는 편이 좋습니다. 입 속 세균이 만드는 입 냄새 말고, 충치나 잇몸, 코, 목의 염증으로도 냄새가 나기 때문이죠. 입을 막고 코로 바람을 내뿜어도 입 냄새가 나면 코나 목의 염증 때문일 수 있습니다. 병원에 있는 구취측정기(halimeter)의 관에 바람을 불면 입 냄새가 어떤 부위에서 얼마나 나는지 알 수 있어 원인과 치료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입 냄새가 심하다면 빨리 원인을 찾아 없애는 편이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인간관계에도 도움이 됩니다. 연인 관계에서는 필수지요. 달콤한 분위기에서 첫키스를 하다 남자친구가 당황할 수도 있어요. 웃을 일이 아니랍니다. 여배우 비비안 리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찍을 때 클라크 케이블의 입 냄새 때문에 키스신 도중 기절했다는 일화도 있으니까요. (글 : 전동혁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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