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의 소주

              최영명 作

쪼그라져 가는 슬라브처마까지
칠월 햇살은 깊은 한숨 함부로 던져내
산 자의 무덤들이 마당에 널부로 지고
내 얼굴도 황토먼지 날리다
에메랄드빛 소주병 한참을
거꾸로 들이부어
"다 죽어 나자빠져야 할 세상이지"
몇번이고 곱씹어 보니
그제야 벌겋게 화색 돌아
소주는 황토물 걸러내고
말갛게 가슴 깊이 씻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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